해양학

해양쓰레기, 플라스틱의 역습

서울시골사람 2023. 1. 12.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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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 행성이라는 아름다운 별칭에 걸맞지 않게 지구의 바다가 거대한 쓰레기 처리장이 되어버렸다. 인류가 바다에 쓰레기를 버린 역사는 꽤 오래됐다.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배를 타고 육지를 등지고 떠나는 사람이 생겨난 바로 그 순간부터일 것이다.
배를 타고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생활 쓰레기나 음식물 찌꺼기, 그리고 인간(혹은 가축)의 배설물은 모두 바다에 버려졌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바다는 넓은 아량으로 사람들이 버린 것들도 모두 보듬어 다시 생태계 안으로 순환시켰다. 근대화 이전 시대의 쓰레기들이란 대부분 자연물의 일부이거나 유기물이었기에, 너른 대양 속을 가득 메운 작은 생명체들은 이를 먹고 소화해 다시 지구 생태계의 자원으로 되돌려주는 순환 고리를 형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점차 상황은 악화하기 시작했다. 세계화에 따른 잦은 장거리 이동으로 선박 운항에 따른 쓰레기 배출량 자체가 늘어난데다가, 폭증한 인구가 살 자리가 비좁아지자 육지에서 만들어진 쓰레기마저도 바다에 투기하는 사례가 많아진 것이다.


예컨대 거북이가 비닐을 물고 있는 사진이나 갈매기 뱃속에서 플라스틱이 잔뜩 나온 모습이 때로 사람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주곤 한다. 하지만 플라스틱이 뱃속에 들어가는 것 자체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해양쓰레기, 해양생물 그리고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기까지의 순환 과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작은 유기체들이 미세플라스틱을 먹으면 내장에 그리 오래 남아있지 않는다. 예를 들어 요각류에서는 수 시간 뒤면 배설되고, 홍합에서도 며칠 머무르다가 나온다. 문제는 플라스틱 제품에 코팅된 화학첨가물이 물에 녹아나오는 것도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비스페놀이나 프탈레이트처럼 플라스틱 그 자체가 독성을 가지고 있는 때도 있다. 특히 바다 표면에서 미생물이나 골재, 조류 등에 붙어 농도가 짙어진 덩어리를 생물이 먹으면 치명적이다.
바다 플라스틱 쓰레기에 관한 연구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적도부터 남극까지 지구 곳곳의 바다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되지 않는 곳이 없다.
특히, 우리나라 연안에서 혼획, 좌초, 표류한 바다거북 폐사체 4종(붉은바다거북, 푸른바다거북,올리브바다거북, 장수거북) 34마리 중 28마리가 해양 플라스틱을 섭취하였다고 한다.
현재 바다거북은 전 세계에 7종이 분포한다. 그리고 해양 전문기관에서는 국제사회의 바다거북 보호에 동참하고자 여러 관계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우리나라 연안에서 서식하는 바다거북을 보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환경 단체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등을 중심으로 바다거북을 위기 등급별로 분류하여 관리하고 있다. 생물다양성협약(CBD) 보고서에서는 해양플라스틱 섭취와 얽힘 피해를 가장 많이 받은 해양생물 6종에 붉은바다거북과 푸른바다거북을 포함했다.
주요 플라스틱으로는 육상에서 바다로 유입된 일회용 포장재와 어업 기원 쓰레기를 꼽았다.
바다거북의 플라스틱 섭취 현황을 평가하기 위해 바다거북 사체의 소화관에서 발견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과 성질 등을 분석하였다. 지난 4월 바다거북 보전을 위한 ‘바다거북 협력연구단’을 공식 발족한 바 있다. 또 일부 전문기관들은 2017년부터 바다거북 폐사체 공동부검을 진행한다.
연구단은 최근까지 우리나라 연안에서 발견된 총 61마리의 바다거북 사체에 대한 공동부검을 진행했는데, 이 중 34마리에 대한 연구결과를 지난 2월 국제학술지에 발표하였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바다거북 34마리 중 28마리에서 총 1,280개의 플라스틱 약 130g가량이 발견되었는데 이는 바다거북 1마리가 38개(3g)의 해양 플라스틱을 먹고 있음을 뜻한다.
이번 바다거북 폐사체 부검 결과는 해양 플라스틱이 우리나라 연안에 서식하는 바다거북에게 미치는 영향과 해양오염의 실태를 보여준다. 육상에서 기인한 생활 쓰레기와 강이나 바다에서 조업 중 버려지는 폐어구 등 해양 쓰레기 줄이기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심해저에 가라앉은 플라스틱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표층에 떠 있는 플라스틱의 영향을 살펴보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유추해 볼 수 있다.
플라스틱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면, 바다에 떠 있는 플라스틱은 자외선 때문에 마이크로미터 크기에서 나노미터 크기로 쪼개지고, 최종적으로 가장 기본물질인 단량체로 분해된다. 여기에 미생물이 붙어 얇은 생물막이 형성되고, 유기체도 달라붙어 물 밑으로 가라앉게 되는데 일부 플라스틱은 이런 과정이 없어도 가라앉는다. 예를 들어, 폴리염화비닐(파이프의 소재)이나 폴리카보네이트(창문이나 렌즈에 들어가는 합성수지)처럼 무거운 물질이 섞여 있으면 쉽게 가라앉는다.
지금도 해양으로 유입된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 이름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영향평가 기술 개발” 이다. 이 사업을 통해 부유 중대형 플라스틱 쓰레기 오염, 해양생물의 얽힘 및 섭취 영향, 플라스틱 부착 외래종 및 병원체 이동, 서식지 훼손에 관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참고로 현대의 연구를 따르면 플라스틱의 형태는 필름형(42%), 섬유형(39%)이, 색상은 하양(42%), 투명(23%)이, 재질은 폴리에틸렌(51%), 폴리프로필렌(35%)이 우세하였고, 이 중 필름 포장재(19%), 비닐봉지(19%), 끈류(18%), 그물류(16%), 밧줄류(11%) 등이 다수 확인되었다. 초식성 바다거북에서는 섬유형 플라스틱이, 잡식성 바다거북에서는 필름형 플라스틱이 우세하였으며 먹이습성에 따른 종별 차이 역시 확인되었다. 이러한 사업들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바다거북을 보호하고 해양 플라스틱 오염의 지표로서 바다거북의 플라스틱 섭취 현황과 특성을 평가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또, 해양 플라스틱이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해양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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