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학

바다자원 이야기-블루카본 1편

서울시골사람 2023. 1. 19.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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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는 이제 옛말이 되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고, 더 깊어졌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은 이산화탄소로 대기 중 농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16년 관측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인류 역사상 최고치인 403.3ppm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지는 것은 인류가 사용하는 화석연료 때문이다. 화석연료의 사용이 증가하면서, 화석연료를 연소시킬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배출도 늘어난 것이다. 그래서 지구 온난화를 늦추려면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탄소의 흐름을 파악하고,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구를 순환하는 탄소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지구의 탄소를 환경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누었다. 블랙카본은 석탄, 석유 등 땅속의 화석연료에 들어있는 탄소다. 인류가 화석연료를 사용하면 이산화탄소의 형태로 대기로 배출되면서 지구 온난화를 일으킨다. 
반대로 생태계는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하기도 한다. 그린카본은 육상 생태계가 흡수한 탄소로, 열대우림과 침엽수립의 나무에 저장되어 있다. 블루카본은 열대 해안에서 자라는 맹그로브 숲, 소금물이 들어오는 염습지와 갯벌 같은 해안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뜻한다. 
최근 블루카본은 지구 온난화를 막을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 이유는 해안 생태계가 그 어떤 곳보다 탄소를 더 빨리, 더 많이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안 생태계는 바다 전체면적의 2%에 불과하지만, 바다로 흡수되는 탄소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뛰어난 탄소 흡수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루카본(Blue Carbon)’이란 바다와 습지 등의 해양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다. 블루카본은 육상에 서식하는 녹색식물의 탄소 흡수원을 일컫는 그린카본(Green Carbon)보다 탄소흡수 속도가 50배에 이르며 탄소 저장 능력도 훨씬 높다. 지구의 폐라고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이 지구 산소의 20%를 만들어내는 동안 바다와 해양 습지는 그보다 많은 탄소를 흡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전세계 150개국 이상이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거나 흡수해 탄소 발생량을 ‘0’으로 만들자는 ‘2050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현대의 지구는 과다한 석탄 연료 사용으로 현재 몸살을 앓고 있다. 전기차, 청정에너지개발, 쓰레기 감량, 석탄발전 폐기 등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해결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지구에서 탄소는 어떻게 생겨나고, 악영향을 끼치게 될까? 탄소는 온실가스 역할을 한다. 태양에서 받은 열에너지만큼 바깥으로 내보내야 지구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데, 이산화탄소가 누적되면 비닐하우스처럼 열을 가둬 지구가 뜨거워진다.
한국에서는 매년 7억 2,000만 톤 정도의 탄소를 배출한다. 선박에서 나오는 탄소를 포함해 해양수산분야에서는 연간 4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그래서 해수부는 지난해 탄소중립을 넘어 배출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수단으로 블루카본 갯벌, 연안 식생복원, 바다숲 등을 꼽는다.


해양생태계가 흡수·저장하는 ‘맹그로브 나무, 염습지, 잘피류’ 등의 서식지가 흡수하는 탄소를 블루카본이라고 한다. 아직 갯벌은 포함되지 못했다. 우리 갯벌은 대부분 비식생 갯벌로 명명됐으며, 갯벌의 탄소 흡수력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 국제 보호 환경보호단체에서는 새롭게 떠오르는 블루카본 유력 후보군 세 가지 서식지를 언급했다. 갯벌, 대륙붕 퇴적물, 그리고 해조류다. 갯벌은 아직 온실가스 흡수기능과 탄소 장기 저장 기능 여부가 확실치 않다. 연구를 통해 갯벌의 탄소흡수와 저장 능력을 입증하면 우리나라 갯벌이 블루카본으로 공인된다. 한 사업단에서는 갯벌의 블루카본에 대해 대략 4,8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저장돼있고 연간 26만 톤 정도의 탄소를 매년 흡수한다는 내용을 지난해 과학 저널에 발표했다. 최근엔 해조류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블루카본이 그린카본보다 훨씬 많은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안 생태계가 물에 잠겨 있기 때문이다. 숲에서는 토양 박테리아들이 바닥으로 떨어진 잎이나 나뭇가지를 순식간에 분해한다. 
박테리아들은 이 과정에서 산소를 호흡하고 이산화탄소를 내뱉는다. 그런데 물속은 산소가 거의 없는 환경이라서, 해안가에 사는 박테리아들이 산소를 호흡할 수 없다. 따라서 물속에 가라앉은 유기물은 이산화탄소로 분해되지 않은 채 곧바로 바닷속 흙에 묻힌다.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지 않고 갯벌이나 바닷속 토양에 저장되는 것이다. 
블루카본은 지난 2009년 UN/IUCN 공동으로 출간한 “해양의 탄소흡수에 대한 종합평가보고서”에서 처음 언급되었는데 해양 탄소 저감원은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및 완화와 관련하여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들 연안역 해양생태계는 해저 면적의 0.5%만을 차지하지만 해양 저장고의 탄소 저장량의 70%까지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아직 국제협약에서 인정받지 않은 상태지만 머지않아 해양생태계가 탄소흡수원으로 국제사회의 합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3년에 발간된 IPCC 연안습지 부문 지침에 따르면 블루카본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흡수량 산정에 대한 국제적 인정 가능성이 높아졌다.
블루카본은 지난 5월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새 정부의 110대 국정 과제 중 탄소흡수원 확대 분야에 포함됐다. 현재 산림 위주로 진행되는 자연 기반 탄소흡수원에 바다(갯벌과 해양생물)를 포함해 온실가스 감축 성과를 보다 폭넓게 인정받기 위해서다. 블루카본연구단의 연구로 갯벌이 블루카본으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 인벤토리로 들어가고 장기적으로는 IPCC 등에 인정받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최근 발표한 2021년 글로벌 탄소수지 보고서(Global Carbon Budget)에 따르면 연간 블루카본(108억 톤)은 육상 산림(104억 톤)과 탄소흡수 총량은 비슷하지만 흡수 속도는 최대 50배 빠르다. 삼림에 비해 적은 면적에서도 높은 흡수량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나무가 노후하면서 흡수 능력이 떨어지는 산림에 비해 바다는 꾸준한 탄소흡수가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해양수산부는 블루카본을 통해 해양수산업의 탄소배출량을 2018년 406만2000톤에서 2050년 42만2000톤까지 줄이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현재 갈대와 칠면초 등의 염습지, 해초대 등 잘피림, 인도네시아의 맹그로브숲이 블루카본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갯벌은 포함돼 있지 않다.

국내 갯벌은 식물이 살지 않는 갯벌(비식생 갯벌)과 갈대 등 염생식물이 사는 갯벌(염습지)로 구분된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갯벌 표면에 사는 저서미세조류다. 이 조류가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장기간 퇴적작용을 통해 퇴적물 내로 격리되며 탄소를 저장해준다. 두 번째로 대륙붕 사이 퇴적물도 관심 있게 보는 탄소흡수원으로 꼽힌다. 영국 연구진은 자국 연근해 대륙붕 내 연간 약 10만 톤의 탄소가 저장된다고 보고했다. 최근 새롭게 조명되는 것은 조개 등 패류다. 바닷물에 녹아든 이산화탄소를 석회 패각을 만드는 데 사용하면서 탄소가 격리된다는 설명이다. 네덜란드 해양연구소는 패류에 의한 블루카본양을 산정해 블루카본의 가능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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